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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pocalypse - Lynnthese

아포칼립스라는 정직한 제목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긴 고민 없이 지르게 만들었다. 그리고 기대에 상응하는 군부, 음모, 배틀, 등등. 위의 키워드에 조금이라도 솔깃했다면 아마 평타 이상의 만족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. 

분위기가 묘하게 무거우면서 무겁지 않고 잔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부분이 분명히 있어서 묘한 번역투까지 포함해서 사실 로맨스의 요소를 뺀다면 살짝 무거운 소년만화의 스토리라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. (결말 부분에서는 더)

솔직히 큰 기대를 안 한 부분인데, 능력자 배틀물로서의 재미도 꽤 좋다. 특히 액션씬은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스케일이나 방식이 다양하고 재미도 있다!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지나가는 씬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보는 맛이 있는 액션이다. 초반의 다소 귀여웠던 수학퀴즈도 소싯적 방탈출 게임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반가웠을 법한 요소가 아닐까.

사실 이 글의 세계관에서 대부분의 애들이 딱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 츠바이는 정말 불쌍했다. 츤데레가 유행할 때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간간이 등장해 녀석이 튕기는 모습은 삭막한 훈련장의 오아시스와 같았으니. 지벤은 칼 같이 여지를 안 주는데도 불구하고 꽤 후반까지 그래도 혹시를 기대한 독자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. 사실 다른 캐릭터들은 딱히 내러티브라고 할만한 게 안 보이는데 (심지어 꽤 임팩트있게 등장하는 드라이조차도) 츠바이는 어쩌면 미스터리한 아인스보다도 강력하게 인간적인 면모를 너무 많이 보여주는 바람에 정이 너무 들어 버려서 중반에 좀 힘들었다. 마더컴플렉스가 있는 츤데레는 클래식한 히로인 아니냐구요! (여담이만 아인스와 츠바이의 헤어컬러부터 왠지 레이와 아스카를 연상케 했다.)

사실 폭력 수위가 꽤 있는데 비해 애정씬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해서 로맨스가 꼭 있지 않아도 됐겠다 하다가도 막상 그런쪽으로 굴리려면 얼마든지 구를 수 있을 묘한 글이다. 그리고 나의 이 싱숭생숭했던 마음은 if 외전 개요를 본 순간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. 그래, 이런 루트도 가능했어! 본편에서 제외된 이유는 알겠지만 묘하게 아쉬웠던 장르독자의 마음이 달래주었다. 그래도 이북으로도 따로 내주셔도 될 것 같은데... 본편은 흔치 않은 분량의 장편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쪽 니즈를 많이 충족시켜주진 않아서... 아쉬워하는 독자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...